기차와 생맥주 -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민석 작가의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베를린 일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40일 간의 남미 일주>도 좋았다. 이 책도 여행 에세이이기는 한데, <베를린 일기>와 <40일 간의 남미 일주>처럼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여행하고 쓴 책은 아니고, 여행 잡지에 연재하기 위해 쓴 짤막한 길이의 칼럼을 엮었다. 좋은 점은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정도는 아닌 분량의 여행 경험이나 생각을 알 수 있었다는 점. 책으로 엮고도 남은 베를린 체류 시절의 일화나 남미 여행 당시의 에피소드가 나올 때도 있는데 이 또한 너무 재미있어서 <베를린 일기>와 <40일 간의 남미 일주>를 다시 읽고 싶네... 


외국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취미로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게 어떤 사람의 눈에는 신기해 보였는지 외국어 공부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단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소설 쓰기로 지친 머리를 식히기 위해, 그리고 소설 읽기를 더 잘하기 위해 외국어 공부를 한다. 소설 쓰기는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바로 느는 것이 아닌 반면, 외국어 공부는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확실히 는다. 그러니 소설을 쓰다가 실력이 늘지 않아 자괴감이 들 때 외국어 공부를 하면 기분이 나아진다. 내가 항상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심지어 때로는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외국어 공부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고 늘고 있다는 자기 확인 또는 자기 위안이 가능하므로. 


외국어 공부를 하면 소설을 더욱 잘 읽게 된다는 것은 나 또한 깊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요즘 나는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 초급 수준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프랑스어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프랑스 소설을 읽는 일이 훨씬 쉽고 즐겁다. 저자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소설 <백 년의 고독>을 읽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가문의 이름이 '부엔디아(buendia)'인데, 이는 스페인어로 '좋은 날'을 뜻한다. 몰라도 소설 읽기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알면 소설의 내용과 교훈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온다고. 프랑스어 다음엔 스페인어를 배워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