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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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하면 한국에선 <인간실격>이 단연 유명하고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선 <인간실격> 못지 않게 자주 언급되고 인용되는 반면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 <달려라 메로스>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연예인들이 <달려라 메로스>를 언급하는 장면을 하도 많이 봐서 언젠가 원작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2022년 민음사 판으로 읽게 되었다. (속 시원...) 


알고 보니 <달려라 메로스>는 장편이 아니라 (이 책 기준) 열일곱 쪽 남짓한 단편이다. 심지어 다자이 오사무 원작도 아니고 독일 시인 실러의 장편 시 <인질>이 원작이라고. <달려라 메로스>는 폭군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메로스가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를 대신 인질로 세우고 고향에 다녀온다는 내용이다. "기다리는 몸이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몸이 괴로울까?"라는 명대사는 이 소설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자이 오사무가 실제로 겪은 일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이 책의 전반부에는 <달려라 메로스>를 비롯한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 단편들이 실려 있고, 후반부에는 일본의 전래 동화를 다자이 오사무의 문체로 각색한 <옛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다자이 오사무가 십여 년의 도쿄 생활을 회고하면서 쓴 자전적 소설 <도쿄 팔경>이 참 좋았다. 기뻤던 일도 슬펐던 일도,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모두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마음에 남고, 그것들이 결국 하나의 생[一生]으로 정리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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