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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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진작에 구입해놓고 이제야 다 읽었다. 아홉 편의 단편이 저마다 다른 분위기라는 점이 좋았는데,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이나 <작정기> 등은 애달프고 잔잔한 느낌이라면, <마음에 없는 소리>와 <사랑하는 일> 등은 단편 영화나 시트콤을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치고, <내가 울기 시작할 때>는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어서 새롭다. 책에 실린 단편 중에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곰곰 생각해 봤는데, 202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려 있기도 한 <공원에서>인 것 같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공원. 그래서 늘 피해 다녔던 공원에 어쩌다 한 번 들렀다가 위험한 일을 당한다면 그것은 정말 피해자의 과실일까.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와, 위험하다는 말만 하고 진작에 위험 요소를 없애거나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제3자들의 책임은 없는 걸까. 피해자의 외모(여자인데 '남자처럼' 하고 다닌다)와 행실(유부남과 사귄다)을 핑계로 피해자의 입을 막고 가해자 처벌을 미루는 게 과연 공정이고 정의일까. 작가의 상상, 소설 속 허구이기만 하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자꾸만 소설 속 상황과 비슷한 실제 사건들이 떠올라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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