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장소 -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와의 인터뷰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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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 미셸 포르트가 2014년 아니 에르노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책을 통해 모든 걸 이야기했기 때문에 따로 인터뷰를 진행해 부연 설명을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역시나 인터뷰집을 읽고 아니 에르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찬찬히 읽어나간 건 아니 에르노가 너무 좋고 아니 에르노처럼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겠지. 


나로서도 어떤 작가에게 이렇게 깊이 빠진 게 오랜만이라서 내가 대체 왜 이렇게 아니 에르노를 좋아할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 에르노와 나는 여성이고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쓴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 연령도 국적도 직업도 다르고, 아니 에르노가 경험한 임신과 유산, 결혼과 이혼, 출산과 양육, 부모의 죽음과 간병, 불륜조차도 나는 전혀 경험한 바가 없고(원하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소설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볼 때보다 아니 에르노의 글을 읽을 때 깊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아니 에르노가 허구라는 장치를 빌리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세련된 옷을 입고 춤을 추며 노래하는 가수들만 보다가, 핀 조명 하나뿐인 무대에 통기타 하나 메고 올라와서 자작곡을 부르는 가수를 볼 때 - 소박하지만 당당해 보이고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이는 것과 비슷하달까. 


이제 국내에 출간된 아니 에르노의 책 중에 읽지 않은 건 <얼어붙은 여자>, <한 여자>, <여자아이 기억>, <칼 같은 글쓰기>만이 남았는데 이 책들을 다 읽으면 무엇을 읽을까. 유튜브에 아니 에르노 인터뷰 영상이 꽤 많이 있던데 프랑스어 공부 삼아(다 알아들을 자신은 없지만) 그것들을 다 볼까. 아니 에르노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시몬 드 보부아르와 피에르 부르디외의 책을 읽어볼까 싶기도 하고. 즐거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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