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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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전작 읽기에 도전 중인데(국내 출간작 한정), 이 책은 도전 중반쯤에 읽었고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에르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식의 글쓰기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 책을 읽었다면 이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지 못했을 것 같고, 이 책을 제외한 다른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면... 음 그건 그것대로 좋았을지도. (요점은 아니 에르노의 다른 책들을 어느 정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40년생인 아니 에르노가 육십 대를 넘긴 2008년에 발표했다. 이 책에서 그는 1941년부터 2006년까지 자신의 삶과 프랑스 사회의 변화상을 순차적으로 회고한다. 아니 에르노의 개인사(어린 시절, 죽은 언니, 낙태, 결혼 생활, 이혼 후 연애, 간병 등)는 그에 관해 다룬 그의 다른 책들을 읽었으므로 (장성한 아들 가족과 보내는 노년의 일상 정도 외에는) 새로운 게 없었다. 새로웠던 건, 그의 문장으로 접하는 프랑스의 현대사, 정확히는 정치사와 문화사. 


사실 프랑스에 대해서는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배운 내용과 대학교 때 유럽 정치사 수업에서 배운 내용 외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니 적어도 아니 에르노 개인에게는 드골, 미테랑, 시라크 등 역대 대통령들이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는지 알겠고, 각 정권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화두였는지 알 듯하다. 문화적으로는 어떤 인물이 인기가 있었고(이자벨 아자니, 지단) 어떤 영화나 책이 인기였는지도.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나 전후 복구와 경제 성장을 목도하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TV와 자가용 자동차,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한 것에 대한 소회도 나온다. 故박완서, 박경리 같은 한국의 여성 작가가 이런 책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 '미니텔'이라는 것이 자주 언급되어 찾아봤는데, 인터넷이 보급되기 훨씬 전인 1980년대에 프랑스 정부가 국민들이 정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보급한 통신 단말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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