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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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나오키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서점대상까지 수상한 작품이라는 홍보 문구에 혹해 읽게 된 소설이다. 작가가 대만 출신이라서 그런지 일본 소설인데 배경이 대만이고, 역사 소설, 추리 소설적인 요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청춘 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대만판 69(무라카미 류의 소설)' 같다고 느꼈는데, 작가 프로필을 보니 나이도 비슷하고(히가시야마 아키라는 1968년생, 무라카미 류는 1969년생), 소설 제목도 무라카미 류(龍)의 류와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류(流)다. 


이야기는 예치우성이 1975년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대만의 장제스 총통이 사망한 그 해,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겪은 후 온가족을 데리고 대만으로 피신해 일가를 이룬 예준린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최초 발견자이자 예준린이 가장 아끼는 손주였던 예치우성은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느끼고 열심히 범인을 찾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질 나쁜 학생들과 얽히는 일이 늘어나고, 그런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특히 부모님)은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청을 피운다며 예치우성을 꾸짖는다. 


이후 예치우성은 여느 청춘들처럼 험난한 인생을 산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군대에 끌려가고, 첫사랑과 헤어지고, 취업에 고전하고, 그러다 어찌어찌 겨우겨우 사회에서 자리를 잡는다. 그 사이 세상도 변한다. 40년 간 지속된 계엄령이 해제되고, 탈냉전 무드에 맞춰 대만과 중국 관계도 해빙 무드로 바뀐다. 그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었던 예치우성은 중국 본토에 있는 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실은, 480쪽이 넘는 이 두툼한 소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면서도 애잔하다. 


이 소설은 줄거리 자체도 흥미롭지만,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대만의 역사와 대만인과 중국인, 대만 본토 출신의 본성인과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 간의 갈등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공부가 된다. 대만인들의 일본에 대한 인식이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인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할 수 있고, 일본과 대만의 경제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일본의 경제 상황에 따라 대만의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도 알 수 있다. 한 시대의 반영이자 한 세대의 증언과도 같은 이 소설. 과연 나오키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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