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 사이드
제임스 베일리 지음, 서현정 옮김 / 청미래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말연시가 되면 신년 운세를 찾아보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런 걸 믿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고 어떤 힌트라도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해한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인생이고,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도 어그러지는 것이 삶이니까. 


영국 작가 제임스 베일리의 소설 <플립 사이드>의 주인공 조시가 딱 그런 상황이다. 12월의 마지막 날. 런던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인 런던 아이에서 4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조시는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다. 이후 여자친구와 함께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사장인 회사에서도 잘린 조시는 순식간에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실망한 조시는 길에서 주운 50펜스 동전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보기로 한다. 힘들게 숙고해서 판단해도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 그냥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저녁 메뉴조차도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조시의 모습을 본 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행동을 비웃으며 말린다. 하지만 동전이 알려주는 대로 선택한 결과, 조시는 예전 같으면 가지 않았을 장소에 가거나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조금씩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가령 친구들과 술집에 죽치고 앉아 노는 대신 TV 퀴즈 대회에 출전하고, 어른이 된 후로는 좀처럼 갈 일이 없었던 내셔널 갤러리에 갔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식이다. 





처음에는 동전에 운명을 맡긴다는 설정이 엉뚱하다 못해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동전 하나로 조시의 인생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해본 경험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것만을 근거로 판단이나 결정을 하면 매번 같은 판단, 비슷한 결정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 소설은 영국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넘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뀐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는 유머를 시작으로 친구들과 나누는 농담, 여자친구 후보들에게 건네는 우스갯소리 등등이 모두 재미있으니, 실컷 웃고 싶을 때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