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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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대표작 하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어린 왕자>일 테지만, 생텍쥐페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어린 왕자>보다는 <야간비행>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1931년에 발표된 생텍쥐페리의 두 번째 소설 <야간비행>에는 작가인 동시에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직접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밤낮 가리지 않고 비행기가 운행되지만,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였던 시절에는 조종을 담당하는 조종사와 무선을 담당하는 무선사가 반드시 한 팀을 이루어서 탑승해야 할 만큼 비행기 기술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항로도 개척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낮에도 위험한 비행을 밤에 하는 게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보는 여론의 비율이 높았고, 이는 항공 회사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야간비행을 수행한 조종사들이 있었고, 이들의 뒤에는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책임자와 감독관, 이들을 서포트하는 무선사, 정비사, 잡역부, 가족 등이 있었다. 소설은 이러한 인물들의 상황과 입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장이 배경이고 인물들이 각자의 직책이나 사내에서의 입지에 따라 어떠한 인식 또는 행동의 차이를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설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케이도 준이 떠오르기도 한다.) 


오피스 드라마라는 장르가 떠오를 만큼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문체도 <어린 왕자>에 비해 훨씬 건조한 편이지만, 이 소설에는 작가가 훗날 <어린 왕자>를 쓸 법하다 싶은 대목도 종종 나온다. 조종사 파비앵이 홀로 드넓은 자연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비행기 조종사와 양 치는 목동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대목이 그랬고, 오랜 시간 어두운 밤 하늘을 비행하며 고독감에 사로잡힌 파비앵이 문득 어느 농가의 불 켜진 모습을 보고 마치 밤 바다의 등대 같다고 느끼는 대목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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