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 5
시이나 우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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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사귀게 된 남자친구가 사귄 지 2주 만에 교통사고로 죽어버리면서 시작되는 충격적인 만화다. 이후의 전개도 충격적인데, 죽어버린 남자친구 아오노 군을 그리워하는 여자친구 유리를 곁에서 지켜보다 못한 아오노 군의 영혼이 유리에게만 보이는 존재로 나타나 유리의 일상을 흐트러뜨린다. 유리는 유리대로 아오노 군이 그립기도 하고, 아오노 군이 없는 일상이 괴롭기만 하기도 해서, 제목 그대로 '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이 만화의 재미있는 점은, 아오노 군의 여자친구인 유리가 아오노 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리는 아오노 군의 영혼이 자신에게 하는 일이 아오노 군의 진심인지, 아니면 아오노 군인 척하는 다른 존재의 악행인지 쉽게 분간하지 못한다. 5권에서 유리는 사라진 아오노 군을 찾기 위해 후지모토와 함께 아오노 군의 집에 방문했다가 아오노 군의 남동생 텟페이를 만난다. 텟페이가 형의 여자친구인 유리를 대하는 태도는 무례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텟페이가 기억하는 형에 관한 이야기는 유리를 충격에 빠뜨린다. 


텟페이가 기억하는 형은 유리가 기억하는 아오노 군과 딴판인데, 이런 게 진짜 공포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누군가와 타인이 생각하는 누군가의 상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같은 걸 보고 있어도 같은 걸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서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어도 마음과 마음이 합일되는 경험은 하기 어렵다는 것.  물리적으로는 닿을 수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공감할 수 없는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가닿을 수 없는 존재를 그리워하며 사는 편이 낫다는 식의 체념이 이런 만화에 공감하게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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