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의 빛 - 빛의 세계에서 전해 주는 삶을 위한 교훈
로라 린 잭슨 지음, 서진희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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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영혼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혼의 존재를 확신할 만한 사건을 겪어본 일이 없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무당 또는 영매가 존재하고 그들이 죽은 사람들과 교감하거나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나의 인식 여부와는 별개로 영혼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이의 빛>을 쓴 로라 린 잭슨은 미국의 영매다. 한국에서 무당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듯이 서양에도 영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상하는 모습이 있는데, 로라 린 잭슨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먼 외모를 지녔다. 학력과 직업도 훌륭하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변호사 남편을 둔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런 저자가 영매로서의 능력을 인식한 건 아주 어릴 때의 일이다. 수영장에서 놀다가 문득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엄마를 따라서 외갓집에 갔는데 그것이 외할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이 일을 어머니에게 말하자 어머니는 자신의 모계에 영매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그때부터 저자가 영매로서 산 건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양에도 영매가 비과학,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낮잡아보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에게 영매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주위에 철저히 숨기고 학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했고 졸업 후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영매의 기질 때문인지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바른 길로 이끄는 일이 훨씬 더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교사의 길을 택했고, 20년 동안 훌륭하게 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저자는 학교장의 허락 하에 낮에는 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영매로서 사람들을 만난다. 의뢰인들은 대체로 병이나 사고 등으로 가족이나 연인,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다. 저자는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망자가 보내는 이미지나 단어를 해석해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상담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의뢰인이 오래지 않아 저자가 망자를 대신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눈물을 터트리는 대목들이 뭉클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모여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단체인 윈드브리지 연구소에서 공인받은 영매이기도 하다. 영매로서 자신의 영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위로해 주고 치유해 주는 한편, 영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과학자들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다른 영매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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