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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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신용카드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나'는 죽기로 결심하고 한강 다리 위에 선다. 그런 '나' 앞에 천사처럼 하얀 옷을 입은 한 여성이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에요." 자신을 '예언의 마법소녀'라고 밝힌 여자의 이름은 아로아. 아로아에 따르면 '나'는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 - '시간의 마법소녀'라는데... 


마법이나 지구 멸망 같은 건 모르지만, 나에게 숨겨진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 '나'는 자신의 운명을 아로아에게 맡겨 보기로 한다. 마법소녀라는 사실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주목하고 잘하면 돈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마치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된 사람처럼 얼떨떨하면서도 우쭐한 기분을 느낀다. 그런 '나'가 마법소녀로서 승승장구하는 이야기, 일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으니 꼭 직접 읽어보시길.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인 20대 여성이 주인공인 한국 소설은 전에도 많았지만, 이를 마법소녀라는 장르물로 풀어낸 경우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각성이나 마법 도구, 변신 주문 등 마법소녀물에서 흔하게 나오는 소재들을 재치 있게 활용한 점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에 마법소녀물의 의의와 한계 등을 짚고 넘어가는 점이 좋았다. 가령 이런 대목.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부여되기 때문에 소녀들에게만 마법의 힘이 부여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그게 내 생각이에요." (120쪽) 


마법소녀물이라는 장르를 차용해 여성의 노동과 연대, 협력에 대해 이야기한 점도 좋았다. 마법소녀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도 할 수 있고, 여성이 독점하며, 미성년인 마법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마협(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이 생겼다는 설정은, 현실의 여성들이 연령 제한, 성별 제한 때문에 취업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며, 미성년자들 중에는 아무런 법적, 사회적 보호 없이 일하는 경우가 아직도 허다하다는 것을 풍자,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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