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로 건너가는 법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 생활을 오래 해보지 않았고 현재도 직장에 속해 있지 않아서 직장 생활에 관한 책을 부러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건 저자가 김민철 작가이기 때문이다. 김민철 작가는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인 동시에 18년째 광고 회사 TBW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한 개도 하기 힘든 직업을 두 개나 성공적으로 병행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퇴사가 유행인데 한 직장에 18년째 근무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파이어족이 인기인 시대에 (작가로서 이미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계속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이 책은 저자가 팀장이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팀장이 될 정도로 오래 다닐 생각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팀원으로 남고 싶었고, 기회만 있으면 퇴사할 각을 쟀다. 그랬던 저자가 팀장이 되었다. 팀장이 되니 팀원일 때와는 또 다른 회사 생활이 펼쳐졌다. 팀장은 자신의 일만 잘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이 하는 일 전체를 총괄하고 통솔할 수 있어야 한다. 부담감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왔다. 이제는 정말 퇴사하고 싶은데, 맡고 있는 팀원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7년 차 팀장인 저자는 이제 자신이 팀장인 게 매우 좋다고 말한다. 회사도 가능한 한 오래 다니고 싶다. 이건 그동안 저자가 팀장 업무에 훨씬 능숙해지고 유능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팀장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팀장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팀장 자신도 알고 팀원들도 안다. 팀장은 걱정되는 부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문제가 생기면 솔직하게 공유하는 사람이다. 팀원들이 '나는 이곳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여 알아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좋은 팀장을 만나본 적이 없다면, 스스로 좋은 팀장이 되면 된다. 


회사 생활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팁도 나온다. 클라이언트나 사내 인간 관계 때문에 힘들 때마다 저자는 '물 이론'을 떠올린다. 물 이론이란, 사람은 물과 같아서 상대가 유순하게 나오면 까칠한 사람도 유순해지고, 상대가 이기적으로 나오면 아무리 착한 사람도 이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181쪽). 안 그래도 힘든 회사 일, 팀 내의 경쟁과 계산은 딱 질색인 저자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먼저 백기를 들어서 상황 자체를 없애버리는 전략을 쓴다. 큰 프로젝트를 누가 맡을지를 두고 경쟁이 과열되면 서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일을 배분하는 식이다. 


현재의 일,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도 항상 퇴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지금 당장 퇴사하지 않아도 퇴사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유념하면, 당장의 회사 생활에 일희일비하거나 성공 또는 실패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일을 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은퇴 후에 쓸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의 삶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회사에 다니면서 사진 찍기, 도자기 공예 등의 취미 생활을 해왔다. 이 중에 일보다 잘하는 것이 생긴다면 새로운 직업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것이 없다면 지금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