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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년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팬들이 합심해 남자 아이돌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이라는 소개 글에 흥미가 동해 구입한 책이다. 영화 <성덕>을 만든 오세연 감독이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 출연해 이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에 제목을 구라하시 유미코의 1965년작 <성소녀>에서 따왔다는 문장이 있어서 <성소녀>에 대해 찾아보니 과연 영감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 이 책도 조만간 읽어보는 것으로...
배경은 90년대 말. 인기 남자 아이돌 요셉은 언제나 수많은 여자 팬들을 몰고 다닌다. 그중에는 요셉이 일할 때는 물론이고 쉴 때도 따라다니는 '사생팬' 미희도 있고, 요셉의 어머니뻘로 보이는 안나도 있다. 여기에 안나가 단골로 다니는 무당집의 조카 나미와 젊은 시절 안나의 가정부로 일했던 희애가 가세하고, 이들 네 여자는 요셉을 안나가 아는 고립된 산장으로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납치에 성공한 이들은 요셉을 침대에 묶어놓고 그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하나씩 실현할 꿈을 꾼다. 하지만 산장에는 자신과 요셉 말고도 다른 여자들이 있기에 욕망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소설에 대해 한 남자를 사이에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네 여자의 뒤틀린 욕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도 있지만, 이들 각자가 가진 욕망은 단순한 동경이나 성욕이 아니다. 미희는 요셉과 맺어짐으로써 가난에서 벗어나고 안정된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 안나는 비록 점점 나이 들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으로서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요셉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어 한다. 나미는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진실한 사랑을 요셉과 해보고 싶고, 희애는 쏟아낼 대상이 없는 모성애를 요셉에게 주고 싶어 한다.
<성소년>을 <성소녀>의 성별 역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인(聖人)'에 대한 은유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성인 중에서도 가난한 여인의 몸에서 태어나 수많은 기적과 은혜를 행하였으나 바로 그 이유로 미움받고 배척당해 이른 나이에 죽어야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요셉에게서 보았다고 하면 신성모독일까(그러고 보니 이름도 요셉이다). 오세연 감독의 말대로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