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하는 일
오지은 지음 / 위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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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즐겨 듣는 오디오 프로그램이 줄줄이 종영되었다. 그중 하나가 <오지은의 이런 나라도 떠나고 싶다>로, 방송이 시작된 2019년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방송을 들었던 나는 엄청난 상실감을 느끼는 중이다. 이 방송은 2014년 <홋카이도 보통 열차>를 읽고 오지은에게 매료된 나에게 아주 중요한 방송이기도 했다. 즐겁고 행복해서가 아니라 힘들고 불행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 비행기 타고 외국에 가서는 숙소 침대에 가만히 누워 창밖으로 떠가는 구름을 보는 게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이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가 나는 왠지 공감도 되고 위로도 되어 좋았다. ​


방송은 끝났지만 오지은의 이야기는 계속되겠지. 어디선가 또다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진작에 구입해 책장에 꽂아둔 오지은의 신작 에세이 <마음이 하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씨네 21>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된 칼럼과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어서 만든 이 책에는 음악가이자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저자의 고뇌와 불안이 담겨 있다. (대부분 <씨네 21>에 연재된 글이라서 그런지) 각 글에는 해당 글을 쓴 계기가 된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소개되어 있다. ​ ​


첫 앨범을 낸 지 15년이 흘렀고 작가로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저자는 여전히 창작이 어렵고 예술은 아득하기만 하다고 토로한다. 창작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좋다는 아침 습관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기도 하지만 매번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2020년부터는 팬데믹이 창궐하면서 좋아하는 여행도 못하고 본업인 공연이나 콘서트도 못하게 되었다. 그럴 때는 쉬어가는 셈 치고 몸도 마음도 푹 쉬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 생계가 불안했고, 속절없이 들어가는 나이가 의식되었다. 게임을 하고 반려동물과 놀다가도,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반문과 의심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다행히 세상에는 내가 하는 고민을 먼저 한 창작자들이 있고 그들이 만든 창작물이 있다. 저자는 다양한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자신을 투사하기도 하고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로부터 배울 점을 찾기도 한다.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좋지만, 영화 <블랙 위도우>에 대해 쓴 글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오사카 나오미 : 정상에 서서>에 대해 쓴 글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뭉클하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하는 대로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매혹되고 그 마음에 대해 쓰고 노래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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