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좋은 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9
오한기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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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걸까, 친한 사람들끼리 닮아가는 걸까. 오한기 작가의 소설 <산책하기 좋은 날>(이하 <산책>)을 읽다가 정지돈 작가의 산문집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이하 <당신>)이 떠올라서 든 생각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오한기 작가와 정지돈 작가는 친하다. 서로의 신작이 나오면 홍보 행사도 같이 하고,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신다고. 그래서일까. <산책>은 소설이고 <당신>은 산문이라는 것이 다를 뿐, 두 책은 한 남자가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담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아마 두 작가 모두 산책을 좋아하거나 산책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산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사 기획자이자 소설가인 '오한기'는 팬데믹의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 전화로만 연락 가능한 팀장은 여름을 대비해 공포영화를 기획하라고 하지만 오한기는 영 내키지 않는다. 결국 오한기는 집과 작업실로 이용하는 카페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한다. 목적 없이 시작한 산책은 중랑구에서 광진구, 강남구, 송파구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이 과정에서 오한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 가는 사유에 빠진다. 급기야 '나'를 찾기 위해 '나'가 과거에 살았던 집으로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을 만나고 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작중 화자의 이름과 직업(소설가)이 작가와 같아서, 처음에는 이 작품이 소설인지 산문인지 알쏭달쏭했다. 크리스토퍼 놀런이 등장하는 대목부터 소설이라고 확신했고(설마 실제일까?) 수많은 영화 감독 중에 왜 하필 크리스토퍼 놀런을 택했는지가 궁금했는데, 다행히 작품 해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신>에 오한기 작가가 언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책>에도 정지돈 작가가 언급되며, 심지어 그 에피소드는 인상이 퍽 강렬하다. 과연 정지돈 작가가 근무하는 서점에 있는 오한기 작가의 책에 '오한기 XXX'라고 쓴 자는 누구일까. 다음 작품에선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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