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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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을 처음 들은 이십 대 때는 '서서 하는 독서'를 많이 하는 삶을 살기를 바랐는데, 삼십 대 후반인 지금 과거를 돌이켜보면 '앉아서 하는 여행'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든다(블로그에 기록된 4천 여 편의 서평 기록이 그 증거다). 여행 작가 김남희 님은 어떨까.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 작가인 만큼 여행에 충실한 삶을 사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19년에 발표한 책 <여행할 땐, 책>을 읽어보니 여행만큼이나 독서에도 열심인 분이신 것 같다. 


노련한 여행자답게 가벼운 짐을 선호하지만 가방에서 옷과 음식을 뺄지언정 책과 노트를 빠트리는 일은 없다는 그는, 이 책에서 여행의 촉매제였고, 여행의 동반자였으며, 지난 여행을 좀 더 오랫동안 추억하게 만들어준 스물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그리스 이드라 섬에서 본 풍경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후지와라 신야의 책 <인생의 낮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들이 가득한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책 <불멸의 산책>, 일본 가루이자와에 가보고 싶게 만든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등이다. 


이 책을 읽고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와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 생겼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저자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 건 서른네 살 때로 알고 있는데, 그보다 앞선 1993년에 유럽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고 그 여행의 계기가 된 책이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라는 건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서경식 선생의 여행이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책이 김남희 작가로 하여금 여행하게 만들었다니. 여행과 책, 책과 여행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나에게 여행은 다르지 않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기에. 책도, 여행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다. 문 너머에 어떤 만남이 기다리는지 알 수 없어 책을 펼 때도, 여행을 떠날 때도 매번 심장이 쫄깃해진다. 책과 여행을 통해 나는 타인의 마음에 가 닿고, 지구라는 행성의 신비 속으로 뛰어들고, 인류가 건설하거나 파괴한 것들에 경탄하고 분노한다. 그럼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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