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마음산책 짧은 소설
조해진 지음, 곽지선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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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가 SF 소설을 쓴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읽은 이 책.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첫 번째 소설 <X-이경>은 미지의 행성 'X'가 지구와 충돌할 것이며 그 경우 인류가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의 상황을 그린다. 한 달 안에 지구가 행성과 충돌하고 세상이 망한다면 현재 사귀고 있는 사람과 계속 만날 것인가, 직장에 계속 출근할 것인가, 미련이 남아 있는 예전 애인을 다시 찾아갈 것인가. 이어지는 두 번째 소설 <X-현석>은 이경의 예전 애인 현석의 시점으로 쓰인 단편이다. 함께 읽으면 재미있다. 


<X-이경>, <X-현석>과 마찬가지로 서로 연결된 작품이 <귀환>과 <종언>이다. <귀환>은 사고로 손상된 뇌 부위에 칩을 이식한 아들을 위해 3개월 후 귀환 예정인 우주 왕복선에 탔다가 16년을 우주에서 보낸 엄마 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종언>은 어느새 어른이 된 은정의 아들 수호가 자신처럼 혼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아온 소년 승재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귀환>에서 마침내 지구로 돌아가게 된 은정이 무사히 지구에 도착했는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들 수호를 다시 만났는지 궁금한 나로서는, <종언> 이후의 이야기를 작가님이 꼭 써주셨으면 좋겠다(부탁드려요 ㅠㅠ). 


큐큐에서 나온 앤솔로지 <언니밖에 없네>에도 실린 <가장 큰 행복>도 좋았다. 식량과 물자가 풍족하지 않고 이기심과 폭력성을 숨기지 않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온순하고 성실한 성품을 지닌 두 남자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감명 깊게 본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 <퍼스트 카우>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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