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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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문학과지성사 버전으로 읽은 책을 2022년 복복서가 버전으로 다시 읽었다. 2005년에는 대학교 1학년 필수 교양 수업에서 필독 도서로 선정된 책이라 어쩔 수 없이, 의무감으로 읽었는데, 이번에는 오로지 흥미가 동해서 읽었다. 예전에는 '아랑 전설'의 변형 또는 재해석 정도로 이 책을 이해했는데, 그동안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포함해) 나름 많은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일종의 메타 픽션이고, 메타 픽션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학습하게 된 덕분이다. 


중심 소재인 '아랑 전설'은 '장화홍련전'이나 '구미호전'과 비슷한 주제,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이다. 전설의 특징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라는 것. 이 때문에 시대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빈틈'이 생기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 빈틈을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써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쓴다. 가령 어느 판본에는 억울하게 죽은 아랑이 나비가 되어 범인을 알렸다고 하고, 또 어느 판본에는 귀신이 되어 나타난 아랑이 물건으로 범인의 이름을 알렸다고 하는데, 대체 이 차이는 왜 어떻게 발생한 걸까. 이런 것들에 대한 작가의 추론과 해석이 흥미롭다. 


책의 맨 끝에 실린 '개정판을 내며'라는 글도 좋았다. 이 책은 2005년 문학과지성사, 2010년 문학동네, 2020년 복복서가 판으로 출간된 바 있다. 저자는 복복서가 판을 내면서 기존의 판본을 검토하던 중 문학과지성사 버전에는 있는 문단이 문학동네 버전에선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단순한 실수 혹은 사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이 문단이 사라짐으로써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품을 이해하고 있는 독자도 분명 있을 터. 이 사건조차도 한 편의 소설 같고, <아랑은 왜?>와 이어지는 메타 픽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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