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바닐라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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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주연 드라마 <안나>의 원작이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이라는 걸 알기 전에 이 책을 샀다. 제목만 봤을 때는 술처럼 유쾌하고 바닐라처럼 달콤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실려있을 것 같았는데, 책 뒷면에 실린 추천사를 읽고 내 예상과 다른 책이겠다는 생각을 아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를 닮은 사람>의 정소현 작가가 추천사를 썼는데 유쾌하고 달콤한 분위기의 책일리가(ㅋㅋ). 한편으론 정소현 작가가 추천하는 책이니 믿고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읽어보니 정소현 작가의 작품들을 연상케 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주로 여성이 가족 내에서 겪는 외적인 갈등과 내면의 고통을 그리는 점이 그렇다.


책에는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저자와 같은 기혼 유자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각각의 상황이나 처지는 조금씩 다르다. 가령 <잉글리시 하운드 독>의 주인공은 남편과 아내, 두 아이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정상' 가족을 이루었지만 마음속에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과 경쟁 의식이 가득 차 있다. <기진의 마음>의 주인공은 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상태인데,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조차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의 주인공은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다 별안간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사연을 그린다. 


표제작 <술과 바닐라>는 드라마 작가인 '나'가 아이를 출산한 후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 어려워지면서 나이가 자신의 엄마뻘인 베이비 시터를 고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은 '나'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친엄마보다 가까운 존재로 인식하며 의지하게 되는데, 예상치 못한 일로 이들의 관계가 파국을 맞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의 양상과 심정의 변화가 깊은 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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