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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1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7월
평점 :

어쩌다 산에 가면 평지와는 다른 기운을 느끼곤 한다. 나보다 오래 살았을 것이 분명한 나무들과 바위들과 풀, 꽃, 벌레들의 기운을 받아서일까. 혹자는 초자연적인 경험을 한다고도 한다. <산괴>의 저자 다나카 야스히로가 만난 사람들이 그렇다. 저자 다나카 야스히로는 1959년생으로 일본 전국을 방랑하며 취재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이다. 저자는 '마타기'라고 불리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전통 엽사(사냥꾼)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아 이들을 주로 취재해왔다. 이 책은 저자가 마타기들에게 들은, 산속에서 일어난 신기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저자가 들은 산중 괴담은, 우리로 치면 전설이나 민담으로 분류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어두컴컴해진 산을 걷다가 빛이 보여서 따라갔더니 여우불이었다거나, 눈이 쌓이는 바람에 하산하지 못하고 동굴에 들어가 기다리는데 소리가 나서 밖을 봤더니 귀신 소리였다거나. 기이함을 넘어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신묘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가령 매사냥 전문가로 소문난 마쓰바라 씨는 반딧불이 덕분에 조난당한 아들을 구했다. 근데 어떻게 반딧불이가 그곳에 사람이 있는 걸 알고 알려줬을까. 그 답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저자가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저자가 직접 겪은 일화도 있다. 어린 시절의 일이다. 외출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저자는 눈에 비치는 경치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 오른쪽에 있어야 할 교회가 왼쪽에 있는 식으로 좌우가 반전된 것이다. 옆에서 걷고 있던 부모님을 쳐다 봤지만 위화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자만 여우에게 홀렸던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믿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고, 거짓말이나 허풍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비웃음 당하거나 손가락질 당할까 봐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잘못 본 거라고 가볍게 넘어갔던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이 책. 그래서일까. 역자 후기에 따르면 이 책은 간행된 지 1년 반 만에 9만 부를 찍었고, 곧바로 후속 편이 나오면서 '산괴 붐'을 형성했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밤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