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디 퍼 지음, 조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언젠가 넷플릭스에서 보다 만 영화를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라길래 구입해 읽어봤다. 아 근데 영화와는 다르게(?) 너무 재밌네... 영화는 1987년 계염령 해제 직후의 타이완이 배경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음울하고 폭력 묘사가 적나라해서 끝까지 보기 힘들었는데(이 시절에는 대만이나 한국이나 학교 폭력이 극심했던 것 같다), 소설은 주인공 아한의 심리 묘사 위주라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훨씬 쉽고 로맨스의 비중이 커서 좋았다.
소설의 배경은 1987년 여름, 계엄령이 해제된 직후인 대만이다. 타이중의 가톨릭계 남자고등학교에 다니는 아한(장자한)은 전학생 버디(왕바이더)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아한과 버디는 함께 야식을 먹으러 다니고 타이베이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한은 버디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평범한 우정 이상임을 느낀다. 우정 이상의 감정이라면, 사랑일까. 하지만 당시 대만에서 동성애는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인륜을 거스르는 금기로 여겨졌다.
버디에 대한 마음을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버디에게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아한. 이런 아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디는 아한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골라서 하며 아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 밖에도 대학 입시의 압박과 가정 내의 불화,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 계엄령 해제 직후의 혼란스러운 사회상 등 아한과 버디를 힘들게 하는 요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이들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는 대신 미래를 위해 각자의 마음을 묻어두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영원히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지만...
그로부터 30여 년 후.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세상이 바뀌어 대만에서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아한과 버디도 다시 만나게 된다. 헤어졌던 커플이 다시 만나는 일은 종종 있지만, 동성 간의 사랑을 금기시하던 과거에 만난 두 사람이, 동성끼리 결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미래에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니 훨씬 더 기쁘고 감동적이었다. 이제 전체 내용을 알았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영화를 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