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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동성 그림,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로 알게 되어 한동안 열심히 읽다가 십여 년 넘게 읽지 않았던 작가다. 그러다 최근에 이 책을 선물받아 읽게 되었는데, 그동안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책을 읽어서 그런가,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서 신기했다.
그 중 하나는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글을 쓴다는 것이다. <연금술사>를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이 글을 쓰려고 조사하다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파울로 코엘료가 <연금술사>를 쓴 것은 그 자신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순례한 직후라고 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어디인가.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 작가 김남희 님이 오래 전 자신의 책을 통해 소개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최종 목적지이다. <연금술사>를 처음 읽었을 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몰랐는데 이제는 알고 있으니, <연금술사>를 다시 읽으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다.
<아처> 역시 파울로 코엘료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언젠가 저자가 생마르탱에서 궁도를 수련하던 중, 그 모습을 본 레오나르두 오이티시카라는 사람이 그에게 이 책의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한다. <아처>는 마을에 도착한 이방인이 소년에게 이 나라 최고의 궁사인 '진'이라는 사내를 찾으러 왔다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소년은 마을에 같은 이름의 사내가 있지만 그는 평범한 목수이며 그가 활을 든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방인의 간청에 굴복한 소년은 결국 이방인을 진에게 데리고 간다.
알고 보니 진은 이 나라 최고의 궁사가 맞았고, 진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한 소년은 진에게 궁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한다. 진은 직접 활과 화살을 들고 가르치는 대신, 정제된 말로 궁도의 핵심을 전한다. 그리고 이는 다른 기술들의 핵심과도, 인생의 진리와도 통한다. 진은 가르침을 마무리하면서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야만 이 모든 것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좋은 글, 좋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은들 삶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말로 들려서 뜨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