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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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이 자국의 정치 문제, 그것도 브렉시트를 비판하며 쓴 소설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현실 정치를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쓴 소설이라서 그런지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차일드 인 타임>, <칠드런 액트>, <스위트 투스> 등에서 보여주었던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과, 데뷔 초기부터 시도했던 독특한 시도들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아주 생경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야기는 어느 날 아침 영국의 총리 짐 샘스가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겉보기에는 누가 봐도 짐 샘스인데, 사실 그의 내면은 짐 샘스가 아니라 바퀴벌레다. 바퀴벌레는 인간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당황했지만, 금세 현실에 적응하고 이 상황을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종족에게도 유리한 것으로 만들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인류의 멸망과 바퀴벌레의 영생! 이를 위해 바퀴벌레는 샘스의 몸을 빌려 영국을 망하게 할 정책들을 하나둘 실현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역방향주의'다. 역방향주의란, 간단히 말해 돈의 흐름을 현재와 다른 방향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노동의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돈을 낸다.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는다. 저축을 하면 마이너스 이자가 붙기 때문에 아무도 저축을 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이상한 시스템인데, (바퀴벌레의 내면을 가진) 샘스는 이것을 실현한다. 심지어 (트럼프를 닮은) 미국 대통령도 혹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들과 정반대인 경제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무역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작가가 브렉시트를 반대한 이유이고, 역방향주의라는 특이한 개념을 만들어내면서까지 브렉시트의 문제점을 주장한 까닭이다. 이언 매큐언의 대표작 <속죄> 같은 작품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이언 매큐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관심이 있고 (사회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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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07-1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ㅋㅋㅋ 웃픈 내용이네요...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Sf 좋아하는데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