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때문인지 불면증 때문인지 아니면 둘이 겹친 것인지,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진 후로 잠을 다시 이루지 못했다.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벌써 한물 간 유행이 되었으려나) 미라클 모닝을 어쩌다 보니 하게 되었다. 수면 시간 3시간인 상태로는 하루 일과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며 다시 잠을 청했는데 오히려 점점 더 정신이 말짱해지고 눈이 떠져서 책 두 권을 읽어치운 거 실화냐... (설마 불면증이 재발하는 건 아니겠지)

















새벽에 읽은 책 두 권 중 첫 번째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체스 이야기, 낯선 이야기의 편지>이다. 오래 전에 최민석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듣고 궁금해서 구입했으나 왠지 손이 안 가서 안 읽었는데 책장에서 눈에 띄었지 뭐야...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은 건 두 번째인데, 전에 읽은 책이 그닥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특히 <체스 이야기>가 그랬다. 초반에 체스 챔피언 나오는 부분은 <퀸스 갬빗>처럼 흥미진진한데, 중반 이후로 소설의 분위기가 확 바뀌더니 결말은 이게 뭐야? 싶었다. 근데 평론가 님의 해설을 읽고나서 소설을 다시 읽으니... 와 어떻게 이런 내용을 이런 형식으로 구현했나 싶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사진작가 케이채 님의 여행 산문집 <케이채의 모험>이다. 이 책은 예전에 케이채 님이 트위터에서 재고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제목 그대로 저자의 모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여행이 아니라 모험이라고 할 만한 게, 저자가 가본 나라(지역)들이 주로 아마존(브라질), 파키스탄, 가나, 수단, 남수단, 남극 등등 사람들이 웬만해선 잘 가지 않는 곳들이다. 


대왕 모기가 가득한 숙소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잔 이야기, 입국할 때 실수로 도장을 안 받아서 고생한 이야기 등등도 있지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어떤 우연, 어떤 인연을 만나 최고의 한 장을 찍게 되었는지로 맺어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종국엔 감동적이었다. 좋은 사진은 "찍는" 게 아니라 "찾는" 거라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케이채 님은 현재 그린란드를 여행 중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부디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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