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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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고 믿는 진실들은 과연 사실일까. 정소현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다. 2019년에 출간된 소설집 <품위 있는 삶>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책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혹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표제작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의 화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이고, <어제의 일들>의 화자는 과거를 잃어버린 상태다. <어제의 일들>과 이어지는 <지옥의 형태>의 화자 역시 딸과 관련된 중요한 기억을 잃었거나 흑은 스스로 잊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 밑, 바로 옆>의 화자는 자신을 납치한 여자를 할머니처럼 따르며 평생을 살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고, <엔터 샌드맨>의 화자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죽게 한 사람을 남편으로 맞았다는 걸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알게 된다. 심지어 <꾸루루 삼촌>의 화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깨닫는다. 


이러한 소설들을 읽다 보면, 나는 나를 선별된 기억 또는 망각에 의해 부분적으로만 인식할 수 있을 뿐이고,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인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나 자신도 똑바로 보지 못하면서 남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고 오해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일은 얼마나 오만하고 어리석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걸 알면서, 오늘도 남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며 살아가겠지. 그래도 그 빈도와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매일 틈틈이 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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