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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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성실하게 읽어온 독자는 아니라서, 출간되었을 때 만나지 못하고 나중에야 만나게 되는 책이 참 많다. 조해진 작가의 책들도 그렇다. 2004년에 등단한 작가인데 이제야 만나다니. 이래서 한국문학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문예지를 구독하나 싶고, 나도 한 권 구독해야 하나 싶고... (참고로 이번 달 Axt 악스트 조해진 작가님 특집이라고 해서 바로 구입했다 ㅎㅎㅎ) 


아무튼 조해진 작가님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요즘이고, 세 달 만에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환한 숨>, <빛의 호위>를 읽었는데, <빛의 호위>가 너무너무너무 좋았다(그 다음은 <환한 숨>). 특히 표제작 <빛의 호위>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을 만큼 좋았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나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연상케하는, 앞을 차분히 응시하며 천천히 나아가는 느낌의 작품이랄까. 현실의 고통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도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지는 내용이랄까. 아주 작은 호의가 절망에 빠져 있던 한 사람의 삶을 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는 점도 지극히 조해진 작가의 작품답다. 


최근작들의 단초가 아닐까 짐작되는 작품도 여럿 있다. 단편 <문주>를 확장한 이야기가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인 것은 분명하고, <산책자의 행복>은 직장을 잃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인 주인공이 중국인과 소통하며 회복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완벽한 생애>와 연결된다. 1975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에서 착안해 쓴 <사물과의 작별>, 1967년 동베를린(동백림) 공작단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동쪽 伯의 숲> 등은 역사적 폭력과 개인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조해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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