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와 버들 도령 그림책이 참 좋아 84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백희나 작가님의 존함은 전부터 익히 들었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올해 초 유튜브에서 백희나 작가님의 영상을 보고 나서다. (www.youtube.com/watch?v=W2x9-kIWyVc&t=10s) 작업을 할 때는 물론이고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도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치유받는 기분을 느끼신다는 말씀을 듣고 이 분은 '찐'이라고 느꼈고, 이 분의 작업을 계속 따라가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때 사놓은 책이 백희나 작가님의 최신작 <연이와 버들도령>인데, 처음 샀을 때 한 번 후루룩 보고 며칠 전에 처음으로 제대로 읽었다. 이제까지 주로 창작 그림책을 만들어왔던 작가님이 전통 설화에 기반한 그림책을 만든 건, 법적 분쟁을 치르며 힘들었던 시기에 <연이와 버들도령> 이야기를 읽고 작가님 자신이 큰 위로와 용기를 얻으셨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어서 그런지, 그림책 속 연이가 작가님처럼 보였고, 그래서 더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시큰했다. 


연이는 나이 든 여인과 함께 산다(기존의 전통 설화와 다르게 '계모'라고 설정하지 않은 점에서, 계모에 대한 편견을 거부하는 작가님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나이 든 여인은 연이에게 '한겨울에 상추를 뜯어 오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한다. 착한 연이는 눈밭을 걸으며 상추를 찾다가 꿈 같은 일을 겪는다. 봄처럼 따뜻한 곳에 사는 버들 도령이 연이에게 상추를 구해다 준 것이다. 


이 책은 사는 게 고달프고 힘들어도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식의 고진감래, 해피엔딩 서사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독자에 따라서는 결말을 읽고 마음에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다시피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무엇이 좋은 일이고 복 받은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오래 살았지만 남을 미워하고 괴롭히는 것으로 일관했던 나이 든 여인과, 비록 짧고 고된 삶을 살았지만 버들도령을 만나 행복했던 연이. 둘 중 누구의 삶이 진정 좋고 복된 것일까. 누가 뭐래도 나는 연이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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