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모 뮤지션이 팬으로부터 "왜 매문을 하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매문이라. 그의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그가 글쓰기보다 음악에 집중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으리라고 짐작하지만,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나로서는 그 말이 좋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매문이 어때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게 뭐가 나빠, 라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영국의 작가 데버라 리비의 산문집 <살림 비용>은 제목부터 저자가 먹고 살기 위해 이 글을 썼음을 드러낸다. 계기는 이혼이다. 이혼 전에도 저자는 작가였지만, 결혼을 했고 생계를 책임지는 남편이 있기 때문에 글쓰기로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년 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두 딸과 함께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한 후, 저자는 생계를 위해 전보다 긴 시간을 글쓰기 노동에 할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쓰는 글이 곧 가족의 '살림 비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조용히 집필에만 몰두할 공간이 없어서 남의 집 헛간을 빌려야 할 정도의 형편이었지만, 결혼했을 때에 비하면 훨씬 여유롭고 자유로워서 좋았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 정확히는 '가부장제'를 지키기 위해 - 원하지 않는 역할을 "연기"하고 "손수 짓고 꾸린 가정집에서 정작 스스로는 겉도는 느낌과 대면"했던 시절에 비하면, 가난하고 초라해도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로 불리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고,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느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어머니의 병환과 죽음이라는 대사건을 겪는다. 평생 좋은 아내였고 엄마였던 어머니. 하지만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여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스스로 살고 싶었던 삶을 마음껏 살다 갔을까. 함께 실린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도 좋다. 여자 혼자 산다는 이유로 멸시하는 이웃 남자와, 그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친절한 이웃 여자들. 착한 남자들은 너무 적고 착한 여자들은 너무 많은 이 불균형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 비용은 대체 누가 치르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