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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얼마 전 즐겨 듣는 팟캐스트 진행자가 "영혼은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영혼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또한 영혼의 존재를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영혼이 없다면 우리가 부모로부터 유전되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이성으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나 육감 등의 정신작용을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고 덧붙였다. 과연 어떨까.
마침 지난 밤에 읽은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에 비슷한 내용의 소설이 있었다. <캐빈 방정식>이라는 제목의 단편인데, 화자인 '현지'는 전도유망한 물리학자인 언니 '현화'로부터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과학적,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그랬던 언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살게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더니 현지에게 대뜸 '울산 관람차 귀신'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귀신 이야기는 전부 가짜라며 듣는 것도 싫어했던 언니가 귀신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하다니. 현지는 의아해 하면서도 하나뿐인 언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어서 열심히 조사한다. 과연 관람차 귀신은 진짜일까 아닐까... 자매가 힘을 합쳐 괴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라서 좋기도 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믿었던 언니와 그런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동생이 귀신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존재를 통해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기묘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결국 영혼이나 귀신 같은 건, (이해하기 힘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