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서 잠을 청하는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끌리는 책을 골라서 읽는 편인데, 유난히 힘들었던 날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밤에는 여행 에세이를 찾는다. 여행 에세이에는 모험이 있고 낭만이 있으며, 고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묘약 같은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여행 에세이를 읽다 잠든 날에는 반드시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난다.) 


그래서 평소에 읽고 싶은 여행 에세이를 발견하면 미래를 위해 쟁여두는데, 이 책도 그중 한 권이었다. 김민철 작가님의 에세이니까 재밌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사시에 읽으려고 아끼다, 며칠 전 기분이 너무 안 좋았던 밤에 비상약처럼 꺼내 읽었다. 효과는 당연히 직방(!)이었다. 저자를 따라 샌프란시스코, 가마쿠라, 베네치아, 아를, 리옹, 더블린, 포틀랜드, 밀라노, 우붓, 제주, 교토 등을 거니는 기분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편지 형식이라 추억 여행을 하는 기분도 들었다. 


편지 형식이라는 점이 특히 좋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건 내 애인이 좋아하는데', '저건 내 동생이 좋아하는데' 이런 식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주 떠오르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고, 그렇다면 선물이라도 사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선물을 준다는 핑계로 여행을 마치면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되고... 그렇게 여행을 통해 사람을, 관계를, 내 일상을, 내 인생을 다시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참 소중하고 유익한 것 같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좋았지만, 저자가 마이산에 다녀와서 쓴 <하얀 눈길 위를 뚜벅뚜벅 가 볼게>라는 제목의 글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가 있고 그 친구를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어서, 글을 읽는 동안 울적했고 다 읽은 후에도 한참 쓸쓸했다. "가장 밝게 웃었던 그 순간의 너만을 기억하며 힘을 내볼게. 이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중간에 그만 가는 일은 없을 거야." 이 문장은 나를 위한 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