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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평점 :

작년에 본 영화 중에 나의 최고작은 <파워 오브 도그>다. 넷플릭스에서 한 번 보고, 결말이 믿기지 않아서 두 번 보고, 동생에게 추천하면서 세 번을 보았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데 안 읽고 배길 수가.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장편소설인 이 책은, 1967년 초판 출간 당시 1천 부도 판매되지 않은 비운의 작품이다. 당시 독자들이 보는 눈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기에는 소설이 상당히 대담하고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다.
나처럼 영화 <파워 오브 도그>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원작 소설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영화에는 생략되었거나 암시로만 등장한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가령 로즈의 전 남편이자 피터의 생부 조니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 필과 조지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이고 마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등이 자세히 나온다. 필과 조지의 관계성도 학창 시절의 일화라든가, 조지와 로즈가 결혼한 후의 사건들을 통해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영화에선 배우들의 표정이나 몸동작을 보면서 '짐작'할 수밖에 없었던 내면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장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로즈가 조지의 다정함에 끌리면서도 전 남편 조니를 잊지 못해 괴로워한 일이라든가, 피터가 엄마 로즈의 재혼 소식을 접하고 서운함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책임질 뻔한 엄마를 조지에게 맡기게 되어) 후련함을 느낀 일 등을 알게 된 건 온전히 소설 덕분이다.
마초 중의 마초인 필의 지독한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가 그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필처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 원래의 자기 모습 그대로 사랑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혐오를 양산하고 확산하는 건 아닐까. 반대로 필에게 숱한 무시와 조롱을 당하면서도 따뜻하고 선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조지의 비결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