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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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우연히 연결된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스스로의 존엄을 확인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재발견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다. 202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완벽한 생애>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 퇴사한 윤주는 제주행을 결심하고 서울 영등포에 있는 자신의 방을 공유 숙박 사이트에 등록한다. 사이트를 둘러보던 홍콩 사람 시징은 전 애인 은철의 고향이 영등포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윤주의 방을 빌린다. 한편 제주로 간 윤주는 제주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가로 지내고 있는 미정의 집에 얹혀산다. 


윤주, 시징, 미정에게는 각각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상대와 사건이 있다. 윤주는 자신에게 모욕감을 주었던 직장 사람들과 전 애인 선우에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이 있고, 시징 역시 전 애인 은철에게 전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한 감정들이 남아 있다. 미정은 베트남 참전 용사인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묻지 못한다. 그래서 법대를 그만두고 활동가로 일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온전히 몰두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책망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미워한다. 


어쩌면 이들은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서 괴로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하지 못하는 죄, 말할 수 없는 죄 때문에 남들은 짐작하기 힘든 이유로 스스로의 인생을 꼬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이들을 구한 건 아마도 '결심'이다. 윤주가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떠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시징이 잘 알지도 못하는 영등포에 방을 구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미정이 윤주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영영 연결되지 못한 채로 자신의 감옥에 갇혀 괴로워하거나 남의 사정이나 사연에는 귀를 닫은 채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일상이 답답하고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 때면,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일단 떠나거나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로 읽혔다.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이런 책을 읽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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