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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평점 :

몰랐던 작가의 몰랐던 책인데, 단 한 작품을 읽고 홀랑 반해버렸다. 그 작품은 이 책의 표제작 <너를 닮은 사람>이다. 어느 날 중학생 딸이 심하게 맞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다. 자초지종을 들으러 딸의 학교로 찾아간 '나'는, 딸을 때린 사람이 미술 교사이며 그가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사회 소설인가 싶은데,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생각해 보면 익숙한 전개인 느낌도 없지 않은데, 순서를 뒤집어서 배치함으로써 독자에게 충격을 주고 또 준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다른 작품들도 엄청나다. 힘들었던 생애를 편안하게 끝내고 싶어서 '합법적으로 사라지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인물의 이야기(<양장 제본서 전기>)부터 어릴 때 자신을 유괴한 할머니를 찾기 위해 폐쇄 직전의 도시로 가는 이야기(<폐쇄되는 도시>), 부모의 학대와 방임 속에 자란 남자가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야기(<실수하는 인간>) 등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과감하면서도 치밀하게 쓰인 듯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설정과 내용만 충격적인 게 아니라 문장도 좋아서, 오래오래 반복해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