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 개그 만화라고 하면 어릴 때 책이 닳도록 읽었던 <데굴데굴 세계 여행>이 떠오른다. 남자 교사 두 명과 초등학교 남자아이 두 명이 유럽 전역을 여행한다는(현실에선 보기 힘든) 설정의 만화였는데, 유럽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재미까지 준 책이었다. (비슷한 카테고리의 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도 읽었지만, 내 취향은 <데굴데굴 세계 여행>쪽이었다.) 


깊은굴쥐 님의 역사 개그 만화 <수녀원 이야기>는 중세 영국의 수녀원이 배경이다. 수녀원이라고 하면 경건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떠올릴 법한데, 만화 속 수녀원은 여중이나 여고가 떠오를 만큼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게 당시 수녀원은 현대의 수녀원처럼 신심이 깊은 여성들이 주님을 섬기기 위해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여러 사정으로 결혼을 할 수 없거나 이혼 후 갈 곳이 없어진 여성들이 찾는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수녀들을 타락으로 이끄는 세 악마(Devil) - 춤(Dance)과 반려동물(Dog)과 패션(Dress) -의 유혹에 쉽게 굴복했다. 미사 시간에는 원장 수녀님의 눈을 피해 수신호로 대화를 나눴으며, 틈만 나면 마을로 내려가 땡땡이를 쳤다. 로맨스 소설을 읽고, 결혼을 꿈꿨으며, 야구를 하고, 토끼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교황의 칙령을 거부하고 그 칙서를 주교의 머리를 향해 던지기도 했다고. (이건 많이 과격한데...) 


수녀와 수녀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내용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도 여성이고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속세와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오늘날의 수녀님들은 신심이 깊으시고 현대의 수녀원은 엄숙한 공간입니다만...). 더불어 당시 여성들의 생활과 사회 문화, 관습과 전통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전에는 딸을 시집보낼 때 지참금을 함께 보내는 문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지참금은 아버지가 결혼하는 딸에게 미리 나누어 주는 유산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나중에 딸이 이혼할 경우 남편이 아내가 결혼할 때 가져온 지참금을 돌려줘야 할 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액수의 재산을 위자료로 줘야 하므로 지참금이 많을수록 딸에게 좋은 거라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