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런던 - <채링 크로스 84번지> 헬레인 한프의 런던 여행
헬레인 한프 지음, 심혜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채링크로스 84번지>의 작가가 쓴 런던 여행기라는 문구에 혹해 구입했다가, 며칠 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던 밤에 책장에서 꺼내 읽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자 너무 재미있어서 도리어 잠이 오지 않는 부작용이... 


저자 헬레인 한프는 191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오랫동안 무명이었던 저자는 1949년부터 20년 동안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 가에 위치한 마크스 서점의 직원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 <채링크로스 84번지>로 크게 성공했다. <채링크로스 84번지>가 영국에서 출간되면서 홍보를 위해 저자가 직접 영국에 가게 되었고, 이때의 기록을 담은 책이 <마침내 런던>이다. 


책 홍보를 위한 여행이었지만, 저자 자신에게는 생애 첫 영국 여행이었다. 오랫동안 문학, 특히 영국 문학을 애정해온 저자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영국인들조차 잘 모르는 영국의 작가나 문학 작품과 관련된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저자의 모습에서 '덕후'의 그것을 보았다고 말하면 실례일까(저도 덕후입니다...). 자신이 흠모하는 영국 문학을 읽고 자란 영국인들이 자신의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느꼈을 기쁨과 감동을 상상하면 나까지 소름이 돋는다. 


좋은 책 한 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여행이기도 했다. 무명작가였던 저자는 외국 여행을 꿈꾸기 힘든 형편이었다(여행을 위해 저축해온 돈도 병원 신세를 지느라 다 써버렸다). 그러다 <채링크로스 84번지>가 큰 성공을 거두자 영국의 출판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영국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 여행 소식을 알리자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영국의 독자들과 영국에 지인이 있는 미국의 독자들까지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실제로 저자의 런던 여행에는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저자의 사인을 받거나 감사의 말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저자를 식사에 초대하고, 저자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가고, 여행안내를 자청한다. 1970년대라서 가능했던 일인지 요즘에도 이런지는 모르지만, 부럽고 정겨운 풍경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으로 연결되는 일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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