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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한 공룡 만화 - 적당히 외롭고 적당히 한적한
보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그린 보선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비건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그중 <나의 비거니즘 만화>가 가장 충격적이었는데, 그 책에서 도축되어 머리통만 남은 소와 돼지 등을 그린 그림을 본 후로는 더 이상 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 부작용으로 그 책도 끝까지 못 읽었는데, 보선 작가님의 다른 책이 나왔길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봤다(이번에는 또 어떤 충격을 받을까. 걱정 반 기대반 ㅎㅎㅎ).
이 책은 4컷 만화(때로는 8컷)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비거니즘에 대한 내용이 메인인 <나의 비거니즘 만화>와 달리, 소극장에서 하우스 어셔로 일하면서 겪은 일, 자취를 시작하면서 경험한 변화, 밤 산책의 즐거움 등 일상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는 건 힘들고 누구와 있어도 외롭지만, 버스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음악이나 저녁에 방에서 혼자 마시는 캔맥주 같은 소소한 기쁨으로 살아가는 만화 속 공룡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 같았다.
'공룡 만화'답게 공룡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멸종한 공룡처럼, 인류도 언제 어떻게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만약 내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공룡)이라면 외로울까 행복할까. 혼자가 아무리 좋아도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차라리 공포가 아닐까.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혼자 있을 때보다 외롭다면 그게 과연 행복일까.
저자는 외로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선호하는 것 같고 이걸 '적적함'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도 완전한 고립이나 고독보다는 적적한 정도의 상태가 좋고, 적적함이 사람이라면 그와 친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