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채식주의자 -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써 내려간 비거니즘 지향기
정진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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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요조, 오지은, 슬릭, 손수현, 신승은 등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비건을 선언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비거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육고기는 원래 많이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쉽게 끊었는데 계란과 유제품 끊기가 쉽지 않다. 이 또한 동물 착취임을 알고 있고,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던 와중에 <불완전 채식주의자>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쓴 정진아 님은 원래 채소를 싫어하고 고기만 편애하는 육식주의자였다. 그랬던 저자가 2010년 말 구제역 발생으로 수백만 마리의 농장동물이 살처분되는 영상을 보게 되었고, 죽음을 예감하고 울부짖다 산 채로 매장당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숨이 붙은 생명'"임을 인식했다. 그때부터 동물의 삶에 관심을 가졌지만 바로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했다. 여름 날 한강공원에서 먹는 치맥,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 가서 숯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동물을 고기의 원료가 아닌 생명의 주체로 인식하니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다른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 개 식용, 사육곰 등의 문제부터 암컷 동물과 인간 여성 간 억압과 착취의 유사성까지 눈에 들어왔다. 나 하나 채식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불완전하게라도 채식을 한 지 올해로 10년. 앞으로도 저자는 "세상에는 한 명의 완전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불완전 채식을 계속할 생각이다.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지만 해답 또한 인간에게 있다며 "혐오의 대상이지만 변화의 희망이기도 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가 마음에 남는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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