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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고학자 강인욱의 책이다. 저자의 책 중에서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유라시아 역사 기행>을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잘 읽혔고 쉽게 이해되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한겨레>에 연재된 글이라고 하는데(단행본으로 엮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을 추가하고 다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다루며, 내용도 저자의 전공인 시베리아와 만주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유라시아 전역과 고고학 전반을 포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지식 중에는 잘못된 것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예가 4대 문명이다. "4대 문명론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활보할 때에 만들어졌다. 문명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발달했고 나머지 지역은 미개하게 살았다는 생각은 몇몇 선진국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22쪽) 이를 입증하듯, 최근 4대 문명의 발상지가 아닌 지역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터키 남부의 대형 신전 괴베클리 테페와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토기 2만 년 전의 토기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는 용어를 배우게 된다. 이는 4-6세기에 아시아로부터 밀려 들어온 훈족에 의해 게르만족이 로마 제국 안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점차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을 일컫는다. 이때의 훈족이 유라시아 동쪽에서 맹위를 떨쳤던 흉노의 후예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 시절 흉노가 워낙 강성했기 때문에 신라에도 흉노의 후예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흉노는 유목 사회였기 때문에 단일 민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 기원이나 정통성을 따지는 것은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하고 공존과 평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와 나치의 티베트 숭배다. 우생학과 인종주의에 경도된 히틀러와 나치는 '순수한' 아리아인을 찾고 찾다가 티베트에 주목했다. 이때부터 서양에서는 티베트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비롭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으며,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묘사되었듯이 서양인들의 무분별한 약탈이 시작되었다. 이런 식으로 역사를 정치적, 경제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역사를 공부하고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역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고고학이 막아준다고 하니, 앞으로 역사뿐 아니라 고고학에 관한 책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