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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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 '구수정'이 방석에 엉덩이를 대기도 전에 합격할 대학을 알려준다는 용한 점쟁이 '북두'를 찾아갔다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들으면서 시작되는 소설이다. 나라면 다른 점집으로 가거나 어차피 죽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학교부터 때려치웠을 것 같은데, 수정은 열아홉 살에 죽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죽음을 피해 북망산의 반대쪽인 남동쪽으로 도망치기로 한다. 


이때부터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 편의 환상 동화 같기도 하고 어릴 적에 읽은 전통 설화 같기도 하다. 수정은 가방에 백설기를 가득 채우고 길을 떠나기가 무섭게, 하늘을 나는 커다란 개 '내일'과 수정과는 반대로 죽고 싶어서 죽음을 찾아다니는 소년 '이안'을 만난다. 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수정은 이토록 열심히 죽음을 피해 달아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이 필연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소설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책 뒷부분에 실린 윤경희 문학평론가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이 글에 따르면 이제까지 연명담의 주인공은 (대를 잇기 위해, 가문을 지속시키기 위해 등의 이유로) 천편일률적으로 미성년 남성이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여자아이들의 연명담을 거의 알지 못한다." (137-8쪽) 그러니 미성년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명을 늘이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 소설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러 번 소설을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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