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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실격 4
와카마츠 타카히로 지음, 원성민 옮김, 노다 히로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2월
평점 :

개똥밭에 궁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지만, 오늘처럼 월요병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 아침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면 과연 이승이 좋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승에 대한 미련이 옅은 인물 하면 <이세계 실격>의 주인공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사는 게 수치스러워서 죽기를 결심하기를 여러 번. 그러다 뜻하지 않게 이세계로 건너온 선생은, 내 편 네 편의 구분이 모호하고 매일이 전투와 싸움인 이세계에서 특유의 무기력하고 시니컬한 태도로 어찌어찌 연명하는 중이다.
목숨을 부지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선생의 태도가 오히려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이 만화의 재미 포인트인데, 4권에서도 그렇다. 술집에서 여주인과 술을 마시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낸 선생은, 마을 사람들이 술집 여주인을 '마녀'라고 비난하며 괴롭힐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결국 마을 사람들이 여주인을 공격하자, 선생은 그답지 않게 적극적으로 마녀를 두둔하고 나서며 마을 사람들이 빠져 있는 함정을 지적한다. 진짜로 공격해야 할 상대에게는 아무 말 못 하면서 약한 여성만을 공격하는 사회에 대한 지적 같아서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