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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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인 줄 알았던 지점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에게 영감과 희망을 준다. 2018년 <호랑낭자 뎐>으로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재인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가 딱 그런 이야기이다. 2019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에서 코지 미스터리 부문 대상을 받은 이 소설은, 코지 미스터리답게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인물들이 일상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라 서울 소재의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백은조는, 다니던 대학이 부실 대학으로 선정되어 망해버리는 바람에 졸업장도 못 받고 취업에도 실패해 여수로 돌아가 부모님이 하시던 세탁소를 물려받게 된다. '아, 이건 내가 원하던 인생이 아니었는데!'라며 한탄한 것도 잠시. 은조는 뭐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과 어려서부터 부모님 어깨너머로 익힌 세탁 및 수선 실력을 기반으로 얼른 세탁소 일에 적응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은조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동네 이웃들과 가게 사장님들. 특히 동네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삼총사 아주머니는 틈만 나면 세탁소로 찾아와 은조를 들쑤신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 볼 일 없는 청춘의 험난한 귀향기일 것 같은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은조는 평온해 보이는 동네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은조가 이 동네 '미스 마플'로 나서게 되는 비결은 다름 아닌 옷.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을 만큼 옷을 좋아하고 옷에 관심 많은 은조는, 세탁소 일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이 맡긴 옷을 수없이 보게 되고 그들의 옷을 통해 그들의 신체, 성격의 특징은 물론 일상, 관심사, 때로는 비밀까지 알게 된다. 처음엔 이런 것들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던 이정도 형사도, 나중에는 은조의 촉과 눈썰미를 인정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코지 미스터리라는 아직 한국에선 낯선 장르를, 한국 어디에서나 있을 법하고 한국인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여수라는 지방의 특색이 작품 이곳저곳에 녹아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무대를 다른 지역으로 바꾸어 그 지역의 인물이 그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형식의 소설이 시리즈로 이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패션, 유튜브처럼 젊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활용한 점도 좋다. 특히 패션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이 소설에 어떤 패션 지식이 나오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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