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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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들을 열심히 찾아 읽었지만 요즘은 남들이 많이 읽는다는 이유로 일부러 책을 읽는 일이 거의 없다.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읽거나 믿을 만한 독자가 권해주는 책을 읽는 편이 만족도가 훨씬 높아서, 잘 모르는 다수의 취향보다는 잘 아는 소수의 취향을 따르고 있다. 


이 책은 여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찍기 전에, 좋아하는 저자이자 믿을 만한 독자인 유튜브 '겨울서점'의 운영자 김겨울 작가님의 추천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다. 과학 교양서 같아서 읽을지 말지 고민이 되었는데,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등 다른 독자들의 후기를 읽고 단순한 과학 교양서가 아닌 것 같다는 '촉'이 왔다. 그리하여 읽게 된 이 책... 정말 대단했다. 


이 책을 쓴 룰루 밀러는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로, 15년 넘게 미국 공영라디오방송국(NPR)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논픽션 데뷔작이자 전기, 회고록, 과학적 모험담이다. 저자는 과학자인 아버지로부터 "넌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너는 먼지와 같고, 장대한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너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지만, 그 의미를 알기에는 당시 저자가 너무 어렸다. 


청소년기에 저자는 집단 따돌림, 우울증, 자살 시도 같은 일들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언니의 장애와 그로 인한 가정 폭력 등의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성인이 된 후 한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 보였지만, 저자의 잘못으로 그와 헤어지고 그 후 몇 년을 자책하며 은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회고록 <한 남자의 나날들>이라는 책이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한국에선 널리 알려진 이름이 아니지만, 미국에선 스탠퍼드대학교 전 총장이자 저명한 생물분류학자로서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라고 한다. 물고기에 관심이 많았던 조던은 전 세계를 누비며 어류 표본을 모았는데, 당시 그가 발견해 이름을 붙인 물고기 수는 그때까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의 약 5분의 1에 달했다고 한다. 


조던이 가족의 죽음과 화재, 중상모략 등 그의 삶에 찾아온 숱한 고난들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간 이유가 궁금했던 저자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 책 이외의 자료를 조사하거나 관련 인물들을 찾아 인터뷰하는 일도 불사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그동안 전혀 몰랐고 예상조차 못 했던 어떤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던 기존 과학의 한계와 미국 사회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준 말의 의미와 자신이 그토록 찾아헤맨 삶의 이유도 찾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전혀 몰랐던 사람의 이름과 그의 업적이 나오는데, 그에 관한 책이나 기사 등등이 (적어도 한국에는) 아직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미국에 그의 저작이 있다면 하루빨리 한국에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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