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언어 - 흐르는 시간에서 음표를 건져 올리는 법
송은혜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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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엄마 등쌀에 배운 거라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귀찮고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다.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건 오히려 최근의 일인데, 일하면서 배경음으로 쇼팽이나 리스트, 차이콥스키 같은 작곡가들의 대표곡을 플레이해놓고 듣다가 <난생 처음 한 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를 읽으며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고전파 음악가부터 차례대로 듣기 시작했다. 아직은 엄청 유명한 곡이 아니면 곡명도 잘 모르는 수준인데, 언젠가 곡만 듣고 연주자나 지휘자가 누구인지 맞힐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그런 경지에 오른 분들을 보면 너무 부럽고. 


<음악의 언어>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김하나 작가님이 추천하셔서 알게 된 책으로 기억한다. 음악을 전공해 음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프랑스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외국에서 음악 선생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들려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저자가 취미로 첼로를 연주하는 일본인 중년 남성과 합주한 이야기다. 영어도 프랑스어도 능숙하지 않아서 저자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는,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뛰어난 실력을 선보여 저자를 크게 놀라게 했다. 알고보니 그는 어릴 때부터 첼로 연주자가 꿈이었는데, 부모의 반대로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고, 그래도 첼로를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연습해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그 지역의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그가 부모의 반대가 아니라 부모의 지지와 지원을 받으며 첼로 공부를 이어갔다면 요요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줄리어드 같은 유명 음대의 교수가 되었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그의 삶이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는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고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음악을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음악이라는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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