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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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가 2000년 <눈먼 암살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의뢰를 받아 여섯 번의 대중 강연을 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이지만 주제가 진지하고 내용이 철저해 체계적으로 마련된 대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책에는 작가란 무엇인지,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지, 왜 글을 쓰는지 등등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은 물론, 단테,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 에이드리언 리치, 뒤라스, 톨킨 등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언급되고 분석된다. 인용된 작품 수가 어마어마해서 그동안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을 섭렵했는지 일부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는 뛰어난 영감을 지닌 예술가인 동시에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인이다. 또한 남다른 재능을 가진 천재로 숭배받는 동시에 먹고사는 데 하등 쓸모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한량으로 경멸 받는다. 저자는 이런 식의 이중성, 이중적인 시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었는지 설명한다. 나아가 이러한 모순 또는 분열에 대한 고민이 카프카, 오스카 와일드, 앨리슨 먼로, 스티븐 킹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어 있는지 소개한다. 캐나다 문학이 식민지 문학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토로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무슨 계기로 작가가 되었으며 작가가 된 후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등도 알 수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1939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캐나다 북부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고 캐나다 북부 지역은 인적이 드문 관계로 저자는 유년 시절 내내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 대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오빠와 둘이서 놀 때가 많았는데, 오빠와 함께 이야기를 짓고 연극 놀이를 한 경험이 글을 쓰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회고한다. 


페미니스트 작가답게 같은 주제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경우를 나누어 분석한 점이 돋보인다. 가령 남성 작가는 사생활이 활동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여성 작가는 결혼하거나 임신만 해도 작가로서 끝났다는 말을 듣는다. 남성 작가는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범죄를 저질러도 별 탈 없이 활동하고 심지어 불명예가 명성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성 작가는 사소한 실수조차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비단 작가뿐일까. 마음이 착잡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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