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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클래식 이야기
손열음 (Yeoleum Son)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손열음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유튜브다. 물론 그전에도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존재를 알았지만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어서 일부러 연주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손열음의 유튜브를 보게 되었는데, 연주하는 모습도 좋았지만 자신의 소지품이나 평소에 일하는 모습, 악보를 보관하는 책장 등을 소탈하고 친근한 태도로 소개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 그 후로 손열음의 연주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제는 일할 때 주로 손열음의 앨범을 듣는다.
<하노버에서 온 편지>는 2015년에 출간된 손열음의 책이다. 5년 동안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것인데, 내용도 좋고 문장도 훌륭하다. 책에는 손열음이 사랑하는 피아노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손열음이 애정하는 클래식 작곡가와 연주자 이야기, 손열음이 세계 정상급 연주자가 되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옥수수 먹고 썰매 타는 게 낙이었던 강원도 소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 눈물겨운 노력을 한 이야기, 유학 경험 없이 국내에서만 교습을 받은 '순 국산'으로는 최초로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저자가 들려주는 클래식과 음악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음악 애호가가 쓴 음악 이야기도 좋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은 사람,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 쓴 음악 이야기는 역시 다르다. (리스너에 불과한)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주로 선율에 집중하는데, 프로 연주자인 저자는 선율 외에도 리듬, 화성, 음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늘 같은 음인 줄 알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조율에 따라 '가온 도'가 A 440Hz일 때도 있고 442Hz나 444Hz 등으로 달라질 때도 있다고. 고도의 예술성을 지닌 만큼 아무나 쉽게 범접할 수 없도록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을 줄 알았던 베토벤의 악보가 실은 '하논'을 연상케 할 만큼 단순하고 합리적이라는 것도 저자 덕분에 처음 알았다.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브람스, 리스트 등 위대한 작곡가들은 모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는 것도 이 책에서 배웠다. 예외적으로 슈베르트는 피아노를 비롯한 어떤 악기에도 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슈베르트의 음악은 기발하고 신선하지만 연주자들이 연주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많다고.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만나는 것이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도 훨씬 희박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문장도 마음에 남는다. 숙련된 연주자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피아노를 만날 경우를 대비해 열심히 연습한다면, '비숙련 인간'인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날 경우를 대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