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상이 의미 부여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찾은 진짜 내 모습 ㅣ 일상이 시리즈 4
황혜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월
평점 :

이십대의 마지막을 기념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저자 황혜리는 다니던 회사의 계약 만료와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뭔가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세계 일주를 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고, 가까운 나라로 가기에는 시간이 넘쳤다. 그래서 택한 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였다. 예산도 적절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러시아라는 큰 나라를 횡단했다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며칠을 기차 안에서 보내면서 질리도록 바깥 풍경을 보고 밀린 잠을 실컷 잘 생각을 하니 들떴다.
나라면 며칠 동안 비좁은 기차 안에서 생활하고 몇 시간을 달려도 변하지 않는 풍경을 보는 게 지겨울 것 같은데,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니 신기했다.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저자를 호의적으로 대했다. 서툰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들이 먹으려고 가져온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러시아어로 물이 '바다'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멀게만 느꼈던 러시아가 조금씩 가깝게 느껴졌다.
한때는 나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보니 여행 자체를 할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상황이 나아져서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 한들 내 체력이 기나긴 기차 여행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살면서 한 번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꼭 타보고 싶다. 짧은 구간이라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