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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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님이 추천하셔서 읽게 된 책이다. 예상은 했지만 흡인력이 굉장하다. 누워서 읽다가 허리를 세워 다시 읽게 되는 소설이랄까.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엘우드라는 흑인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마틴 루터 킹을 존경하는 엘우드는 비록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어느 날 엘우드는 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 차를 얻어 탔다가 차량 절도범으로 몰려 한 건물에 끌려간다. 그곳이 학교인 줄 알았던 엘우드는 얼마 후 그곳이 학교가 아니라 감화원이라는 이름의 소년 감옥임을 알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을 감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노동,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채찍, 비위생적인 시설과 음식, 그 안에서도 벌어지는 인종 차별... 모든 것이 '생지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책을 읽은 건, 이 책이 실화에 기반하고 있고 지금도 이러한 류의 인종차별 및 증오 범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청교육대나 형제복지원 사건처럼, 한국에서도 벌어졌고 어쩌면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신념과 용기의 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데, 나는 그보다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생명을 때리거나 죽이는 행위에서 쾌락을 느끼는 동물이 인간 말고 또 있을까. 똑같은 인간인데, 누구는 누구를 죽여도 죄가 되지 않고 누구는 존재만으로 죄가 된다는 구분은 누가 정한 걸까.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도 인간이다.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무한 긍정 및 신뢰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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