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생활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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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는 <딸에 대하여>를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인데 이 소설집을 읽고 더 좋아졌다. 여덟 편의 단편 중에서 <3구역, 1구역>이 특히 좋았다. 


재개발을 할지 말지 공론이 한창인 동네에 살고 있는 '나'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우연히 '너'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 '나'는 길고양이 밥을 챙기는 '너'가 막연히 착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돈을 들여 아픈 고양이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까지 못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나'는 '너'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짐작과는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된다. 길고양이를 챙기는 이유도 단순히 그들이 귀여워서, 불쌍해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동시에 '나'는 '너'가 재테크에 능하고, 자신처럼 재테크에 능하지 않은 사람을 우습게 본다는 걸 알게 된다. 


웃기는 건, '너'의 눈으로 볼 때 무엇 하나 잘난 게 없는 '나'가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너'를 만난다는 것이다. '너'가 '나'의 생각처럼 선량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너'의 연락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불편한 상대로부터 불쾌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그 관계를 지속하고 끝내 거부하지 않는 모순적인 모습이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보인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고 더 깊이 알기 위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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