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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유산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평점 :

2020년 타계한 존 르 카레의 2017년 작품이다. 존 르 카레의 대표작 중 하나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연결되는 작품이라는데, 2017년에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쓴 서평이 남아 있는데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 할 듯(ㅠㅠ).
이 책의 서문은 존 르 카레의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을 드라마로 만든 박찬욱 감독이 썼다. 박찬욱 감독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내용을 되짚어가면서 이 작품을 읽으면 훨씬 재미있을 거라고 썼는데, 분명 그렇게 읽는 편이 훨씬 재미있겠지만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도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흥미진진했다.
이 작품은 조지 스마일리의 부하인 피터 길럼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현재는 정보부에서 은퇴해 프랑스의 시골 농장에서 한가롭게 지내고 있는 길럼은 정보부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런던으로 간다. 오랜만에 찾은 정보부에서 길럼은 '윈드폴 작전'으로 인해 사망한 앨릭 리머스의 아들과 한 민간인의 딸이 정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걸 알게 된다. 소송을 위해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길럼은 자신이 스파이로서 했던 일들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 회의하게 된다.
길럼이 떠올린 과거의 기억 중에는 원치 않게 헤어져야 했던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도 있다. 나라를 배신하고 남편을 떠나게 되더라도 아들만은 지키고 싶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영영 오해한 채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게 될 아들. 이런 비극적인 운명을 만든 건 다름 아닌 그들의 나라와 그들이 속한 유럽 대륙의 역사다. 길럼은 당시 자신이 했던 모든 일은 상부의 명령을 따른 것이며 그 어머니와 아들의 일은 그들의 책임이라고 선을 긋지만, 훗날 그 아들을 찾아가 자신을 기억하느냐고 물어본 걸 보면 그에게도 죄책감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이별하게 만들거나 죽게 한 대가로 영웅으로 추앙받고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정보부원들. 그들에게 인간이란, 인간성이란 대체 뭘까. 먼 나라 영국의 일이지만, 지금 여기 한국에도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를 국가의 영웅, 역사의 주인공으로 여기겠지. 그 착각을 어떻게 깨주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