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 - 애써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으니까, 한수희·김혼비·이유미·신예희 미니 에세이 수록
이치다 노리코 지음, 황미숙 옮김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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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생활도 간소하게 꾸리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에는 나보다 먼저 간소한 삶의 매력에 눈을 뜬 사람의 지혜가 가득하다. 


저자는 원래 맥시멀리스트였다. 패션지 기자답게 옷도 화려하게 입고 유행하는 것이라면 모두 시도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지식을 늘리고 경험을 쌓는 것에도 열심이었다. 그러다 50대를 기점으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불필요한 것은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저자가 그만둔 것들의 목록은 이렇다. 결점 고치기, 완벽한 준비, 혼자 도맡아 하기, 밤에 일하는 습관, 의무적인 신문 구독, 남들 의견에 묻어가기, 넓고 얕은 인간관계, 유기농 집착, 장비병, 자유분방한 소비 습관, 피부 화장, 구두 신기 등등. 


저자에 따르면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만 그만둬도 인생이 훨씬 더 가벼워진다. 남들처럼, 남들만큼 하려고 발버둥 치면 자신도 힘들고 결과물도 안 좋다. 자신의 감각, 자신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옷이나 그릇을 고르는 작은 일에도 나의 취향, 나의 선택을 반영해보자. 무언가를 그만두는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일이다. 젊을 때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좋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그럴 체력도, 시간도 별로 없다. 그보다는 그동안 쌓은 감각과 경험에 비추어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골라 그것에 집중하는 편이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효율적이다. 


책에는 저자의 글 외에도 국내 에세이스트 4인(한수희, 김혼비, 이유미, 신예희)의 미니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에 나는 신예희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신예희 작가는 일 잘하는 프로페셔널로 보이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포멀한 정장과 불편한 하이힐 차림을 고수했다. 현재의 신예희 작가는 노브라에 편한 옷차림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편해야 상대도 편하게 대할 수 있고 그래야 일도 잘 풀린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신예희 작가의 최근 스타일을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보는데 정말 잘 어울리고 멋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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